푸른 골짜기
이름자 유감(有感) 본문
이름자 유감(有感)
내 이름자를 한자로 표기하면 항렬 돌림자 터 기(基) 에 넓을 활(闊)로 할아버님이 지어주신 나름대로 담긴 뜻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헌데 이 이름자 때문에 가끔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발음상 쉽지도 않고 특이하여 꼭 두 세 번 정확하게 전달해야 상대방이 나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된다.
문서에 한자 성명을 적을 때 담당 등기 공무원의 실수로 활(闊, 俗字로 濶)자를 윤(潤)자로 잘못 표기함으로 인해 선친이 물려준 유일한 토지의 소유주가 유령 인간이 될 뻔도 했었다.
세련되지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한 내 이름을 개명하고 싶어도 할아버님의 뜻이 담겨 있고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불려왔고 그런대로 정이든 이름이라 유감(遺憾)이지만 지금은 바꿀 수가 없다.
후일 가톨릭에서 세례성사를 받으며 양력 생일에 맞춰 만든 세례명이 세례자 요한이다. 부르기도 좋고 누구에게든 쉽게 받아드려져 무척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요한 세례명의 교우들은 대부분 탄생일 6월 24일을 축일로 삼는데 나만 순교 축일인 8월 29일인지라 착각으로 미리 축일 축하를 받음으로서 곤란할 때도 있었고, 정작 나의 축일 때는 오히려 조용히 지날 때가 더 많다.
지나간 젊은 시절 어떤 선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매양 거꾸로 ‘활기’ 라고 장난스럽게 불러 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더없이 생기발랄한 느낌으로 다가와 내 이름자도 때론 괜찮구나(?) 하고 자위할 때도 있었다.
내 이름자 기(基)대신 기(氣)자, 활(闊)대신 활(活)자 들어가는 말로 이젠 인생 후반기지만 다시 한번 활기(活氣)차게, 기운(氣運)차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활기(活氣)차게! 생기(生氣)있게! 향기(香氣)롭게!
훈기(薰氣)나게! 열기(熱氣)넘치게! 살아 가보자~
2009년 3월 21일